단체소식[복음과상황] 통일평화운동은 더 인간다운 삶을 향한다 - 대북 지원 단체 '하나누리' 간사 전이슬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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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평화운동은 더 인간다운 삶을 향한다 - 대북 지원 단체 '하나누리' 간사 전이슬


[394호 송지훈이 만난 활동가]

하나누리는 성서한국의 회원단체입니다. 어느 날 하나누리의 새로운 간사님 한 분이 성서한국 집행위원으로 오셨습니다. 처음 인사를 드리는데 뭔가 범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예전에 성서한국 대회에도 오신 적이 있으시더군요. 언젠가는 이분의 이야기를 길게 들어봐야겠다고 생각만 했는데, 벌써 그로부터 2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간의 하나누리에서의 활동과 간사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고 흔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 지난 8월 8일 하나누리가 입주해있는 서울 중구 희년평화빌딩에서 전이슬 간사님을 만났습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독자분들께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남과 북, 그리고 평화가 필요한 모든 곳을 잇는 하나누리에서 일하고 있는 전이슬 간사라고 합니다. 일한 지는 이제 3년 차에 돌입했어요.

- 하나누리가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세요.

하나누리는 대북지원 단체입니다. 북한에 직접 물자를 지원하는데요. 단순히 시혜적 지원에서 그치지 않기 위해서 연구 활동을 기반으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체 산하에 연구 기관(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을 두고 지원 사업과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평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활동과 기행도 함께하고 있어요. 저희 활동 중에 좀 특별한 지점이 있는데 북한에 대출해준 적이 있어요.

- 대출이요? 현금을 직접요?

네. 보통은 북한에 물자 지원을 하면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좀 더 이들이 지속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들이 자립해 농장을 꾸려갈 수 있도록 저희가 라선 지역의 한 농장과 연계해서 10년 상환 기간을 두고 대출을 실행했어요. 그렇게 비료나 트랙터 같은 것들을 사게 하고, 그 값은 무이자로 분할 납부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실제로 상환받았어요. 그래서 상환된 금액은 다시 그 마을에 투자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어요. 이 사업은 저희가 직접 한 연구를 통해 ‘사회연대경제’를 도입해서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최근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 총서로 출간된 책. 동북아 국제 정세 변화를 분석하면서 이상적인 초국경 협력 모델을 제시한다. ⓒ복음과상황 정민호최근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 총서로 출간된 책. 동북아 국제 정세 변화를 분석하면서 이상적인 초국경 협력 모델을 제시한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제가 대북지원에 대해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기금을 직접 대출해주고 상환된 금액을 다시 투자하는 순환 구조는 처음 듣는 것 같네요.

맞아요. 저희가 선두 주자죠.(웃음)

- 하나누리에서는 주로 어떤 업무를 하고 계세요?

제가 주로 하는 사업은 ‘목도리 남북을 잇다’라는 캠페인인데요. 남한 사람들이 직접 목도리를 떠서 북한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거예요. 아시겠지만 북한이 엄청 춥잖아요. 방한 용품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니까 필요가 맞아떨어졌어요.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맺기 위해 계속해서 목도리를 선물하고 있는데 북측에서 저희가 직접 떴다는 것에 마음이 움직인다고 이야기해주신 적도 있었어요.

- ‘목도리 남북을 잇다’ 캠페인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진행한 사업이라는 것은 저도 알고 있었는데요. 직접 떠서 건네는 것이 정말 의미가 있네요.

맞아요. 그리고 이건 후원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중요한 지점이에요. 목도리를 직접 뜨면서 이 목도리를 누가 하게 될까, 어디로 갈까, 이게 정말 보내질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 계속 던지게 되는 거죠. 후원 투명성에 대한 신뢰도 올라가고요. 이런 활동을 통해 남북 관계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고 통일에 대한 자기 생각도 돌아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감으로 익힐 수 있는 평화교육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고요.


하나누리는 2013년부터 '목도리 남북을 잇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남한 사람들이 직접 뜬 목도리를 북한 사람들에게 선물한다. ⓒ복음과상황 정민호하나누리는 2013년부터 '목도리 남북을 잇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남한 사람들이 직접 뜬 목도리를 북한 사람들에게 선물한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하나누리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저는 원래 심리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도 전공을 살려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퇴사 후 다음 스텝을 고민하다가 하나누리에서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받았어요. 당시 제가 하나누리에 후원을 하고 있었고 활동에 관심도 있긴 했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니 이 길을 가면 분명히 연봉도 깎일 테고 왠지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거예요. 고민을 많이 하다가 그래도 한번 해볼까 해서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한 거죠. 정말 어쩌다 보니 오게 되었어요.

- 3년 차인 지금은 이런 활동들이 잘 맞으세요?

저는 이 일이 맞는다기보다는 하나누리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일단 이 일이 잘 맞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남북 관계도 어렵고 북미, 북중 관계도 복잡하잖아요. 그리고 이를 대하는 한국 정부도 북한과 특수한 관계라서 상황에 따라 계속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죠. 이런 상황에서 작은 민간 비영리단체가 일을 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생태계 자체도 척박하고요. 그런데 저는 하나누리 안에 있는 분들을 통해 많은 유익을 얻은 것 같아요. 저희 사무처장님과 대표님, 그리고 동북아연구원 원장님 모든 분이 뚜렷한 사명을 가지고 계시면서도 수평적인 소통을 하시는 분들이세요. 그래서 이분들이 격려해주시고 이 운동의 목적과 가치를 계속 이야기해 주시니까 큰 힘이 됩니다.

- 조직 내에서 경험하는 수평적인 분위기와 존중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큰 원동력이 되시는 거군요.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한 번씩 퇴사 욕구가 올 때가 있잖아요. 저도 물론 가끔은 있지만, 많지는 않아요. 이분들과 같이 있으면 괜찮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힘든 시간이 있어도 내가 어디 가서 이런 분들과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br>©복음과상황 정민호


- 저희 같은 기독운동 단체들이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보니 비슷한 또래와 일하기 힘든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점은 없으세요?

대북지원을 하는 단체들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라는 협의체가 있어요. 거기에서 또래분들을 많이 만나 교류하고 있어요. 그런데 만나보면 기독교인이 정말 많아요. 아무래도 이런 활동들이 사명감을 요하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그래서 그분들과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고,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도 나누면서 서로 버틸 힘을 주고받아요.

- 이쯤에서 제 인터뷰 필수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간사님은 어렸을 때는 어떤 신앙생활을 하셨나요?

모태신앙이고요. 어느 정도 열려있는 보수적인 교회에 다녔어요. 꽤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늘 많았던 사람이었는데요. 교회 안에서 그게 해결이 안 돼서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다 선교단체에 들어가면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지를 조금 배우게 되었죠. 그리고 어렸을 때는 아주 야망이 들끓었죠.

- 무슨 야망이었나요?

명예욕? 권력욕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어렸을 때는 꿈이 변호사 이런 거였는데.

- 어렸을 때는 다 그렇지 않나요?

그렇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 꿈이 돈을 많이 버는 쪽이나 사회적 평판을 얻을 수 있는 쪽에서 점점 멀어지더라고요. 옛날에는 내가 역사에 한 줄로라도 적히고 싶다, 이랬는데 지금은 하나님 나라의 생명책에라도 적히면 다행이겠다 싶고요.

- 그리고 제가 인터뷰를 준비하는데 복상 편집부에서 2016년 2월호 기사를 보내주셔서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요. 7년 전에 복상과 인터뷰를 하셨더라고요. 중국 단기선교를 다녀온 직후였던 것 같던데요. 이 단기선교는 어떻게 가게 되셨나요?

그때가 대학 졸업식 날이었거든요. 이 선교를 저 포함 5명이 준비하고 있었어요. 제가 볼 때 다들 목표가 분명해 보였는데, 저는 계속 갈지 말지를 고민하던 사람이었거든요. 결과적으로 그중에서 저만 가게 되었어요. 중국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다녀오고 보니까 그때 삶을 좀 훈련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제가 기숙사에 살았는데 중국 명절이 되면 그 기숙사가 닫히는 것을 몰랐어요. 명절 내내 꼼짝없이 갇혀 살았어요. 제가 조선족 교회를 섬겼는데 워낙 외곽이라 버스가 끊기면 택시도 안 오는 곳이었어요. 홀로 그런 곳을 오가면 정말 무섭죠.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정말 하나님이 나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신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던 것 같아요.


ⓒ복음과상황 정민호ⓒ복음과상황 정민호


- 그런 시간들이 지금 하나누리에서 일하게 된 계기와 원동력이 되신 것 같습니다. 활동가로 살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과 어려웠던 순간을 꼽자면요?

저는 교육에 나갔을 때 가장 뿌듯해요. 학생들 혹은 어른들 대상으로 목도리 캠페인을 설명하고 목도리 뜨는 법 등을 알려주는 교육을 하는데요. 이 캠페인을 왜 하는지, 남북 관계가 왜 원활해야 하는지 등을 이야기해 드리면 듣고 나서 사람들 눈빛이 달라지는 게 보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내가 씨앗을 심었구나, 그래도 어떤 파동을 조금이라도 주었구나! 뿌듯해요. 가장 힘들 때는 북한에 관한 악의적인 기사들을 만날 때예요. 안 그래도 이 운동이 사람들을 끌어모으기가 힘든 곳인데 남북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악의적인 기사들을 보면 마음이 힘들어요. 사실 최근에도 그런 기사들 때문에 아주 싱숭생숭했습니다.

- 하나누리는 통일평화운동을 위한 단체이기도 하지만, 기독운동 안에도 자리 잡고 있죠. 기독운동에 관한 생각도 궁금했습니다.

자신만의 정의감이나 공명심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저는 기독활동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히 내가 옳다고 생각하거나 사회가 이렇게 변해야 한다는 뜻 이상으로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하나님의 뜻대로 흘러가게 하도록 활동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요즘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보편적인 가치가 귀해진 시대 같아요. 기독활동가들이 자신의 이익보다 공익을 위해서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격려와 응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종교가 가지는 특유의 보수성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할 것 같아요. 종교의 보수성과 사회운동의 진보성 사이에 벌어진 간극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본인이 정리되어있지 않으면 둘 다 놓칠 수 있을 것 같아요.

-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통일평화운동에서는 인도주의 지원은 정치와 상관없이 해야 하거든요. 보수든 진보든 어떤 조건이어도 상관없이 인도주의 지원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인도적 지원을 어느 한쪽 진영에게만 받는 것이 타당할까요? 보수적인 교회에서만 지원을 받거나 혹은 진보적인 교회에서만 지원을 받는다? 그럴 수 없잖아요. 결국 인도적 지원은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여성학에 관심이 많은데 기존 기독교에서 충돌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이런 난점들을 극복하려면 본인만의 언어로 자기 활동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언어로 정리되지 않은 운동을 할 때가 가장 위험한 때 같아요. 공명심에 빠지지 않고 내 언어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하나님 앞에 계속 진솔하게 묻는 작업을 해야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통일에 대한 열망이 사라져가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이것도 최근에 든 생각인데요. 세상은 원래 힘들었고 세상을 좋게 바꾸려는 움직임은 원래 적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어떤 작은 움직임이 시대의 부름과 손뼉을 마주쳤을 때 불꽃이 튀면서 변화가 일어나잖아요. 누군가는 버텨주고 있어야 가능한 거죠. 지금 분단된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통일을 바라지 않는 게 아니라 잘 몰라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평창올림픽 때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때문에 논란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이런 인간적인 교류가 필요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죠.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배척감이 다들 있는데요. 그것을 떨쳐내야죠. 그냥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 욕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저 땅에도 우리와 같은 인간, 나의 친척 어르신이 사는 땅, 내 친구가 살고 있는 곳이라고 상상만 할 수 있어도 많은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까요? 내 가족, 친구가 있는 곳인데 누가 쌀을 보내는 것이 아깝다고 할 수 있겠어요.

- 인간의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많이 남네요. 자신만의 언어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셨는데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너무 많이 오염된 것 같아요. 정말 궁극적인 가치를 담는 언어가 필요하게 된 시대인 것 같습니다.

거창하지 않은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포장하지 않으려 하고, 내가 느끼고 경험하고, 내가 소화한 것만 이야기하자고 다짐해요. 결국 화려한 말보다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는 것은 진심이니까요.


ⓒ복음과상황 정민호<br>ⓒ복음과상황 정민호


- 마지막으로 기독인들, 특히 20·30세대에게 통일평화운동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해주고 싶으세요?

나 혼자 먹고살기도 벅찬 시대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통일평화운동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더욱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전쟁과 분단에 대해서 매듭을 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봐요. 평화와 통일 없이 한국 사회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노동문제나 어떤 정치적 정쟁이나 그런 것들이 사실 거슬러 올라가면 분단에서 파생된 것들이 많아요. 우리가 이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가 오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작은 관심을 가지고, 적개심을 하나라도 털어내는 것 정도라도 시작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조금 더 여유가 있으시다면 저희 하나누리 같은 단체에 후원을 해주세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진행 송지훈 성서한국 사무국장


 송지훈 goscon@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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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https://www.gosc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292&fbclid=IwAR3Da-191joCzMTWkV8ir-3lVvQkhswuKRGsozy2gilNo5gQaBqZNBvTM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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