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교육[가톨릭뉴스지금여기] 가톨릭이냐, 개신교냐 중요치 않아 같은 곳 바라보며 함께 걷다

이음새와 하나누리, 파주 평화순례

24일 한국전쟁의 아픔을 되새기고, 잠시 멈춘 전쟁이 끝나도록 기원하며 파주 일대를 함께 걷는 평화순례가 있었다.

순례에는 가톨릭, 개신교, 성공회 신자 등 65명이 참여했고, 어린이부터 중장년까지 나이대도 다양했다.

참가자들은 아침에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만나 여는 기도를 바치고, 군인들이 지키는 민간인통제선을 지나야만 갈 수 있는 통일촌으로 향했다. 이후 장산전망대, 6.25전쟁납북자기념, 율곡습지공원, 북한군 묘지를 지나 참회와 속죄의 성당으로 돌아와 평화와 화해를 위한 일치 기도회로 순례를 마무리했다.

장산전망대에서 친교를 나누는 동안 20년 전 북한을 떠난 한 참여자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를 불러 모두 먹먹해지기도 했다.

6월 24일 파주 평화순례 참가자들이 걷고 있다. (사진 제공 = 신한열 수사)<br>

6월 24일 파주 평화순례 참가자들이 걷고 있다. (사진 제공 = 신한열 수사)


평화순례 참여자들이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경동현

평화순례 참여자들이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경동현


순례 일정을 끝내고 만난 한 성공회 신자 ㄱ 씨에게 소감을 묻자,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 관한 설명을 듣고, 하느님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과거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 한반도에 전쟁이 아닌 평화가 함께하길 기도하도록 세운 성당이다. 외형은 평안북도 신의주 진사동 성당의 옛 모습대로 지었으며, 내부는 함경남도 덕원에 있던 베네딕도 수도원 대성전 내부를 토대로 꾸몄다.

장산전망대에서 참가자들이 "주님의 용서를 구합니다", "주님께서 용서해 주십니다"라고 말하면서 서로의 손바닥에 성호를 그리는 의식이 있었다. 그는 “이것이 진짜 성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 ㅅ 씨는 “파주와 임진각을 걸으면서 예수님께서 분단을 넘어 하나되길 바라는 소망이 더욱 깊어졌고, 북한군 묘지를 둘러보면서 모든 존재에게 이념이나 사상을 넘어서 주님의 평화가 임하시길 기도하는 시간이 뜻깊고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로 교회를 다니는 신자로, 기도와 순례 과정에서 다른 종파 신자들과 전혀 벽이나 차이를 느끼지 못했고, 다 같이 평화를 구하는 마음이란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인 마리아 씨는 이번 순례가 자신과 화해하는 시간이었다고 성찰했다. 목사 등 다양한 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떼제공동체 기도회에 20여 년 가까이 참여해 다른 종파 신자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이전에도 여러 차례 순례에 참여했다. 처음에 만나 말문을 열 때만 종교를 물을 뿐, 개신교인지, 가톨릭인지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순례 참가자들이 서로의 손바닥에 성호을 그리며 용서를 구하는 의식을 가졌다. (사진 제공 = 하나누리)

순례 참가자들이 서로의 손바닥에 성호을 그리며 용서를 구하는 의식을 가졌다. (사진 제공 = 하나누리)


파주 평화순례 일정을 마치고 참회와 속죄 성당 앞에 모인 참가자들. ⓒ배선영 기자

파주 평화순례 일정을 마치고 참회와 속죄 성당 앞에 모인 참가자들. ⓒ배선영 기자


이 순례는 이음새와 하나누리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진행했다. 하나누리는 북한 지역사회 지원, 통일 정책 연구, 평화교육 등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다. 전쟁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보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생각하자는 취지로 매년 6월 25일쯤 순례를 한다.

이음새 또한 지속적으로 평화순례를 기획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한다. 고립되고 분절된 개인들을 연결하고, 만남과 대화, 경청을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어려운 이들과 연대하는 비영리 단체로, 지난해 12월 창립했다.

순례를 이끈 이음새 대표 신한열 수사(떼제공동체)는 “신앙이 순례이기도 하고, 함께 걷고 먹으면서 가까워진다. 걷고 기도할 때는 한 방향을 본다. 그게 그리스도를 향하는 것”이라고 순례를 기획한 이유를 이야기했다.

다양한 종파 참여자가 함께한 것에 관해서도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경험한 것이다. 함께 기도할 때 누가 개신교인지 가톨릭인지는 알 필요 없고, 그런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개신교 참가자 가운데는 이번에 처음으로 성당에 들어와 본 이들이 적지 않은데, 한 걸음 나아가 장벽을 넘은 거다. 장벽이 높게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서로 환대하고 함께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나누리 전이슬 간사는 “(평화가) 상투적이고 고루할 수 있는 주제지만, 사실 우리 삶과 밀접하게 접해 있다는 것을 순례 참여자들이 알고 가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빨리 통일되고, 평화를 이뤄서 이런 순례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순례는 협력 단체로 우리신학연구소와 <뉴스앤조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참여했다.

※ 기사 원문보기: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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